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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부, 통하다. 등록일 2013-08-01
이름 연리지
아내는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이 거슬린다. 밥 먹는 모습도 싫고, TV를 뜷어져라 보고 있는 모습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쇼파에 길게 누워 프로야구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있던 밥주걱이라도 던지고 싶다. 팬티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방문을 닫는다. 괜스레 화가 나고 힘들다. 매사에 맞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결혼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남편은 어떤가? 아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거슬리고 아이에게 짜증내는 모습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만 같아서 듣기 괴롭다.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과 술마시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른다.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지옥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자신하고 맞지 않고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지배한다.

그래서 불화를 겪는 부부는 예외없이 심한 성격 차이를 느낀다. 부부 갈등이 심할수록 그 차이는 더 크게 느껴지고, 끝내 좁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본래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의 성격 차이가 불화로 인하여 커진 것인데, 부부는 성격차이 때문에 불화가 온 것으로 착각한다. 부부가 불화의 고리에 갇히면 고통이 밀려온다. 배우자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설사 있다 하더라도 쉽게 다가갈 수 없다. 불화를 겪는 부부에게 나타나는 증상은 다양하다.

얼마전 부부학교 강의 중에 부부 불화시 겪었던 증상을 말해보라고 하자 어떤 아내가 "밥해주기 싫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이 답했다. "밥 줘도 안 먹어요!" 한 치 양보가 없다.
상대방이 공격하면 즉각적으로 일격을 가한다. 그래서 서로 싫어하는 말과 행동을 하고 배우자의 말과 행동에 인내심이 줄어든다. 나와 조금 다른 말과 행동을 하면 배우자를 공격하고 성격차이를 점점 크게 느낀다.

부부 불화시 나타나는 또 다른 중요한 증상은 내가 옳고 배우자가 잘못되었다는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불안한 상황에 놓이면 자신에게 익숙했던 상황을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붙잡는다. 격한 부부싸움은 부부를 극도로 불안한 상황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옳았다고 여긴다. 아내는 친정이 옳고 남편은 시댁이 옳다고 생각하며 서로 공격한다. 서로 상대방이 잘못되었다고 믿는 것을 넘어 심한 경우 배우자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여긴다.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배우자가 변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서로 지적하고 상대방의 문제를 부각시킨다.

전문가들은 부부불화의 증상을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한다. 하나는 배우자를 향한 강한 부정이다. 배우자의 모슨 것이 밉고,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남편이 회사에 일이 있어 늦어도 나와 함께 있기 싫어서 보이는 회피행동으로 생각한다. 다정다감하게 들리던 아내의 목소리도 날카롭게 들리고 머리가 쭈뼛선다. 치약을 중간부터 짜는 것이 나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설거지를 해도 의도가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빨리 설거지하고 프로야구 볼 속셈이라고 생각해 설거지가 반갑지 않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지배해 배우자를 괴롭힌다.

두번째 증상은 관계방식의 경직이다. 경직되지 않은 관계란 부부가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관계가 경직되면 두 가지 반응만 하게 된다. 화를 내든지 아니면 입을 닫는다.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없게 되다. 배우자에 대한 감정이 부정적이라 관계가 경직되고 분노 혹은 침묵만 지배하는 관계가 된다. 그래서 점점 불화의 강도가 심해진다. 이를 부부 불하의 '자기 강화적인 속성'이라고 한다. 적극적인 노력이 없으면 빠져나오기 힘든 싸움이 시작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지금 배우자가 밉고, 화를 내거나 침묵하고 있다면 부부 불화에 갇힌 것이다. 성격 차이, 내가 옳다는 생각, 배우자가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면 역시 불화에 갇힌 상태다. '부부치료를 한다고 해도 인간의 성격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끝까지 배우자를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는 "배우자와 자신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부부 치료는 성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계 방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배우자의 문제 보다도 자신이 배우자에게 미친 영향력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배우자에게 달라질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드러운 방식으로 다가가면 배우자가 변화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 말과 행동이 배우자를 자극하고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부부는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부는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가 사랑한다고 하면 배우자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내가 고치라고 말하면 배우자도 나를 향해 고치라고 말한다. 지금 성격 차이를 느끼고 있고 내가 옳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면, 부부불화에 빠진 것이다. 배우자의 문제보다도 부부관계가 아픈 것이다. 배우자를 고치기보다는 부부가 관계 맺고 소통하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방식이 관계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부부 불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누구에게나 외로움과 우울증이 찾아온다. 배우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가가서 불화를 극복하고 나면 그 이득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월간 Magazine Create 2013년 통권 41호, 글 박성덕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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